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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화 001 – 002.
최초의 분열에서 분리된 두 번째 미궁.
다른 미궁들하고 비교해서 더없이 강대한 힘을 가지고, 그 격 역시 너무나 높은 존재.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미궁은 최근 고민이 생겼다.
004와의 싸움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끝난 이후, 제 소중한 반쪽-영혼이 연결되었으니 정말 반쪽이나 다름없다-이 요즘 묘한 반응을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004와의 마지막 싸움에서도 느끼고, 직접 보았지만 무언가 변했다.
가히 전지(全知)하다고 할 수 있는 002마저도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
닉스는 나중에 천천히 설명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때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그런 닉스의 모습에 002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라면 훤히 보였을 속도 근래에 들어서는 흐릿하게 일부분의 감정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니, 더 답답할 수밖에.
이마저도 영혼이 연결되어 있기에 느낄 수 있던 것이지, 만약 그것도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보통의 다른 이들 같았다면 이런 답답함에 먼저 물어볼 법도 하건만, 002는 그러지 않았다.
평소 잔뜩 꼬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닉스가 여지껏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던 이유를 나름 제 식대로 생각한 것이다.
다름 아닌 저를 놀리려고 닉스가 일부러 이러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작 002에게 닉스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닉스로서는 그가 말했던 ‘나중’이 아직 안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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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만큼이나, 파워볼게임 아니, 오히려 002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닉스의 시간관념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해져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이유 중에 설이나 다른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낸다고 그만 깜빡하고 있던 사실도 한몫하고 있었으나, 어쨌든 기본적으로 닉스의 시간관념이 달라진 것이 가장 커다란 이유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정말 꿈에도 엔트리파워볼 모르는 002로서는 현재 닉스의 행동을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닉스가 일부러 자신에게 사실을 숨긴다고 말이다.
닉스로서는 정말 환장할 정도의 오해였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002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단순히 EOS파워볼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꼬일 대로 꼬여버린 002의 성격이 이상한 것뿐이다.
사실 오해라고는 하지만, 이런 오해를 하는 002는 크게 감정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꽤나 기꺼워하고 있었다. 로투스바카라
그도 그럴 것이 기나긴 세월 동안 자신과 대등한 존재는커녕 제대로 마음을 나눌 만한 상대도 없던 002에게 있어서 닉스는 처음으로 만난 대등하며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
온전히 마음을 나누고, 장난을 칠 수 있는 이였다.
그런 만큼 오해라고는 하지만 닉스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 이유를 단순히 저를 골려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002는 닉스에게 별다른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조금 아니꼽기만 할 뿐. 로투스홀짝
그것 외에는 처음으로 가진 대등한 상대의 모습에 즐겁고 유쾌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002는 제 식대로 닉스의 장난(오해)을 받아주기로 했다.
닉스가 먼저 밝힐 때까지 저도 얌전히 입 다물고 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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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 유일한 문제는 002가 닉스의 장난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롯이 002의 기준이라는 점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001 – 002란 미궁은 잔뜩 꼬일 대로 꼬인 괴팍한 미궁이란 사실.
녀석 기준의 장난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엉망진창으로 뒤틀려 있었다.

* * 서울 대미궁의 100계층.
하염없이 늘어진 채, 여유롭게 아이들과 뒹굴거리던 닉스가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퐁퐁-거리며 뛰어오는 분홍색 슬라임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존재는 천공 구역에 있는 그 분홍 슬라임이 아니다.
추태인 줄도 모르고, 제 안의 다른 몬스터의 껍데기를 빌려 쓴 미궁, 001 – 002.
천진난만하게 뛰어오는 002의 모습에 닉스가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냐, 002?] “뀨웅-?” 닉스의 물음에 분홍 슬라임의 탈을 뒤집어쓴 002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슬라임인 척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002의 모습에 닉스가 조용히 눈살을 찌푸릴 무렵, 가만히 새로운 몬스터의 등장을 지켜보던 설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컁컁!” [새 친구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002를 향해 달려드는 설이의 모습.
저 성격 더러운 미궁 녀석이 또 무슨 짓을 벌일까 고민하던 닉스가 그 모습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뭔 짓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았다. 녀석이 아무리 괴팍하고, 성격 더러운 미궁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짓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 그간 얌전히 지내던 시간이 조금 지루했던 모양이지.
제 나름대로 지루함을 풀기 위해 움직이는 거라면 굳이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닉스가 이윽고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곁에 토순이도 있고, 어른스러운 루엘도 함께일 테니 별문제는 없겠지.
애초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옥타비아도 있을 테니 문제가 생길 건덕지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닉스는 별다른 걱정 없이 002와 설이가 뛰어노는 것을 허락했다.
이러한 결정이 후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뀽- 뀨웅─.”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잠이 드는 닉스의 모습에 분홍 슬라임의 탈을 쓴 002가 음흉하게 웃었다.
설이와 아이들의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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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퐁퐁- 앙증맞게 튀어 오르며 앞장서는 분홍 슬라임을 따라 설이가 신나게 달려나갔다.
그 머리 위에는 루엘이 매달려 있었고, 뒤에는 토순이가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헐레벌떡 쫓아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이끈 채 앞장서서 뛰어가던 분홍 슬라임이 흘깃 시선을 돌렸다.
꽤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지켜보는 옥타비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 거리가 꽤나 멀었지만, 옥타비아는 분명한 SS랭크의 몬스터. 이 정도 거리쯤이야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단번에 뛰어들어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물론 002에게 있어서 옥타비아의 존재는 그닥 문제가 아니었다.
SSS랭크 몬스터가 아닌 이상 미궁인 002를 방해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애초에 SSS랭크 몬스터라 하더라도 조금 귀찮다뿐이지,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옥타비아의 존재는 002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분홍 슬라임의 몸이 퐁퐁거리며 천진난만하게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한순간 들썩이는 대지.
혹여나 닉스가 눈치채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옥타비아에게만 집중되도록 힘을 썼다.
단순한 지진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지만, 002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단순한 장난을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점에서 002가 얼마나 지금의 장난에 진지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그런 것보다는 겨우 장난 정도에 몇 개월분의 에너지를 쓴다는 점에서 002가 얼마나 몹쓸 심성의 소유자인지 증명하는 꼴이었다.
어쨌든 002가 적지 않은 힘을 쓴 덕에 멀리서 지켜보던 옥타비아가 균형을 잃은 채 쓰러졌다.
그래도 명색의 SS랭크 몬스터라고 그 잠깐 사이에도 여전히 002와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기는 했지만, 균형이 무너진 한순간을 놓칠 정도로 002는 멍청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002와 아이들 앞으로 워프 게이트가 생겨났다. 아무렇지 않게 002가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고, 이어서 별다른 고민 없던 설이마저 루엘을 머리 위에 태운 채 워프 게이트를 통과했다.
그들을 뒤쫓던 토순이만이 잠시 망설이다 설이나 루엘에 대한 걱정으로 냉큼 뛰어들었을 뿐이다.


뒤늦게 옥타비아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워프 게이트는 말끔히 사라진 이후였다.
낭패감 어린 얼굴로 옥타비아가 중얼거렸다.
[X됐다…!] 저 워프 게이트는 뭐지? 아가씨는 어디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두목님한테는 뭐라고 보고하지?
한순간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에 옥타비아의 얼굴이 절망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는 몹시 안타깝게도 이미 설이와 아이들의 기척이 사라지자마자 닉스가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옥타비아는 제 두목님의 기척을 확인하기 무섭게 흙바닥 위로 머리를 박았다.
진짜 X됐다.

* * 워프 게이트를 통과한 슬라임과 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17계층, 산림 구역의 어느 숲이었다.
별생각 없이 워프 게이트를 통과해 산림 구역에 도착한 설이는 달라진 주변의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컁?”
‘여기는 어디야?’ 멍하니 혼잣말을 하듯 내뱉는 설이의 모습에 그 머리 위에 매달려 있던 루엘이 한숨처럼 조용히 혀를 날름거렸다.
[아무나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언니.] […그치만 아무나가 아닌걸?] 고개를 갸웃거리는 설이의 모습에 루엘이 재차 한숨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이 천진난만한 언니 때문에 최근 한숨이 자꾸만 늘어나는 기분이다.
평범하게 평소에는 정말 좋은 언니지만,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이번 일로 토순이 언니나 옥타비아 씨가 또 얼마나 고생할까? 자신들을 걱정하고 있을 아버지나 어머니는?


또 다른 삼촌, 고모들은?
자신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루엘은 침착하게 생각했다.
일단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텐데….
루엘이 한차례 혀를 날름거렸다.
자신들을 이곳으로 유인했던 슬라임의 모습은 어느덧 보이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 또한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두, 둘 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어디 이상한 곳이라거나?!] 그나마 토순이 언니는 함께인 듯하지만….
정작 문제는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
정말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한 현실에 루엘이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루엘의 반응에 설이 역시도 조금 억울할 따름이었다. 루엘에게 말한 것처럼 설이 역시 상대를 무작정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분홍 슬라임은 분명 아빠가 허락한 상대.
아빠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면 믿어도 좋을 이란 뜻이었다.
무엇보다 설이는 슬라임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빠는 무어라 설명한 적이 없었지만, 설이는 슬라임의 정체가 이따금 아빠랑 자주 대화를 나누던 상대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따라온 것인데….
그러한 상대가 설마하니 이렇게 뒤통수를 갈길지는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무치는 배신감에 설이가 앙증맞은 발로 애꿎은 땅만을 꾹꾹- 내리쳤다.
원래 범죄란 것은 모르는 상대보다 잘 아는 상대일 때가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설이는 새롭게 배우게 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느 성격 나쁜 미궁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설이가 배신감에 몸을 떨고, 루엘과 토순이가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찰나, 불현듯 토순이의 쭉 뻗은 귀가 쫑긋거렸다.
토순이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숲의 저편을 향한다.
[…토순이 언니?] [위험해…!] 당혹한 토순이가 서둘러 설이와 루엘을 품에 안을 무렵이었다.
토순이가 재빨리 도망치기도 전에 그들의 앞으로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아이들과 다른 분명한 사람.
그것도 미궁 안에 있으니 틀림없는 헌터다.
무엇보다 동랭크에 비해 뛰어난 감지 능력을 지닌 토순이가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들에게 접근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가진 헌터들.
숲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모습에 토순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토순이에 이어 뒤늦게 그들의 존재를 파악한 루엘 역시 얼굴을 굳혔다.
“─어머?” 몬스터의 기척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 헌터가 아이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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